인생의 철학적 해석이 문학이고, 문학의 종교적 해석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문학은 영혼의 불꽃이고 인간의 오감을 치유하는 헌사입니다. 문학은 우리들의 영혼을 꽃대궐로 만드는 마법의 도구입니다. 상처받은 인간의 가슴을 다독여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진실한 예술 분야입니다.
문학은 경쾌하지만 여리고, 호방하지만 수굿하고, 한이 서려 있어도 흥청거리고, 잔잔하지만 경쾌하고, 미미한 것 같지만 장대합니다. 문학 작품은 짓고 읽고 듣고 새겨서 가슴에 혼불을 지릅니다.
갖가지 나무들이 모여 아름다운 숲을 이룹니다. 숲은 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햇볕, 공기, 물, 흙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 속에 나무와 풀과 갖가지 생물들이 살아갑니다. 인생의 숲에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문학입니다. 문학도는 숲을 가꾸는 사람이 아니라 숲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분투하는 고독한 지성인입니다.
문학은 어머니와 같습니다. 잉태하고 출산하는 고통과 사랑의 신비로 결국 작품을 완성합니다.
이번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도 문학계가 놀랄 수밖에 없는 1만 8천여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습니다. 기초심, 예심, 본심으로 심사위원 32명이 여러 날 동안 심사했으며 마지막 본심에는 한국 문단을 이끄는 문학계의 큰 어른들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번 수상하시는 문학도들은 수상의 기쁨이 격려이지만 또한 살가운 채찍이기도 합니다. 대상과 금상 수상자는 우리나라에서 권위 있는 문학잡지인 《월간문학》에 작품이 실리고 등단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니 어찌 축하 박수를 힘차게 보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은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메세나 정신을 가장 아름답게 펼치는 동서식품에서 무려 상금 7,900만 원과 각종 진행, 심사, 운영 비용을 변함없이 지원해 주어서 문학의 주춧돌이 되었기에 두 손 모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이 우리나라 문학계의 큰 발자취라는 게 입증된 사실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7회 대상을 받은 이은희 작가의 수필 「검댕이」가 창비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또 제15회 대상을 받은 김혜영 작가의 장편소설이 해외 대형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의 위상은 높기만 합니다.
이번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대상 수상작 수필 「까꾸랑대」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었고, 금상 수상 작품들의 심사도 치열한 경쟁이었음을 밝힙니다.
다시 한 번 모든 수상자들께 축하 드리며, 동서식품에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지연희, 류인혜
가을의 숨결이 깊어 가고 있다. 머지않아 울긋불긋 단풍의 시간으로 한 계절의 풍성한 결실을 보여주게 된다. 한해의 수확을 위하여 농부는 밤낮으로 거룩한 땀방울을 경이롭게 맞이했을 것이다. 삶은 끝없는 도전과 굳건한 의지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한다. 최선을 다하여 휼륭한 작품을 써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와 더불어 축하 드린다.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이 긴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까닭은 여성 문학의 아름다운 정서를 향한 사랑일 것이다. 38여년 동안 동서문학상에서 배출한 여성문인들이 상당수 될 것이라 생각하면 오랜 시간을 다듬어오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이 크다.
본심 심사는 공정하게, 만장일치로 대상 1명과 은상 2명 동상 3명으로 선정했다. 특히 이번 18회는 수필 부문에서 대상이 선정되어 수필 문학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확신이 들며,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문학세계를 펼쳐 줄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영광의 대상은 「까꾸랑대」 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장애물이 있는 길 위에서 삶은 순간이 아니며 오롯이 살아내는 자신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길의 소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까꾸랑대’ 는 장대를 들고 맨발로 돌미역을 건져 올리는 도구이다. ‘작달만한 키에 허리가 구부정한 노파가 긴 장대를 들고 맨발로 밀려오는 파도를 밟으며 바다를 응시하고 서 있는 모습’으로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옹골찬 노인네의 삶을 그려내며, 동시에 나의 길을 만나게 된다. 가난한 가족의 삶을 견뎌야 했던 화자는 까꾸랑대 노인의 삶의 의지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은 수필 문학의 사유 혹은 감성의 구조를 넘어 단단한 문장의 아름다움이 대상으로 선정되는 데 손색이 없었다.
은상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반짇고리」와 「빈 손바닥에 불어온 바람」을 선정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반짇고리」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광 속 물건인 바구니 안에 한 집안이 지탱해온 가난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 안의 오래된 문서들을 살보며 어머니의 반짇고리야말로 당신의 숨결이 담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라 생각하는 화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바늘과 실 대신 문서로 가득했던 어머니의 역사가 곧 소중한 보물이다.
「빈 손바닥에 불어온 바람」은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던 자신과 빈 손바닥 위로 처음 만났던 바람이 다시 지나가는 듯 걸어온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다는 표현이 돋보였다. 특히 ‘화살표는 보이지 않는데 내가 가야 할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는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인 맺음을 한다.
동상인 「첫 화석」 은 돌조개 화석에 대한 궁금증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돌조개’는 조개의 껍질 화석이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돌조개를 주울 땐 잘 몰랐지만, 화석은 먼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가 암석으로 보존된 것이라 했다. 그렇듯 멀고 먼 시간에 닿게 되면 큰 나무처럼 삶의 역사가 된다.
「유년의 방」 은 ‘투명한 유리 다관 속 옹그린 찻잎이 유폐의 시간을 깬다’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여 한 잔의 차를 마시는 과정 속에 자신의 삶의 궤적을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녹여낸 흐름이 돋보였다.
「배롱나무꽃 필 무렵」 은 뜨거운 계절, 한 사찰의 기와담 앞에 배롱나무 한 그루가 마치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서 있는 듯한 풍경의 심상에서 시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의 깊이를 초연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끝으로 그간 수고하신 문학을 사랑하는 문학도 여러분, 또한 무엇을 간절하게 갈구하는 여러분 모두 끊임없는 도전으로 꼭 성공하시기 바라는 바이다.
오세영, 천양희
만 여 편에 가까운 응모작들 가운데서 몇 단계의 예심을 거쳐 최종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모두 21편이었다. 이 중에서 「향기의 이름」을 금상으로, 「꽃필 준비」와 「어느 말문 닫은 새의 고백」을 은상으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월등한 부분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향기의 이름」은 내면화된 주제의식이나 그 미학적 형상력이나 잘 구조화된 상상력이 특출해 보였다. 운이 좋았다면 대상 수상으로도 손색이 없었을 작품이었다. 앞으로 정진하신다면(꼭 정진하시기를 바란다) 한국 시단의 훌륭한 여성시인이 될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꽃필 준비」는 자연으로부터 깨달은 인생론적 진실을 절제된 언어로 잘 표현하고 있다. “봄은 / 꽃이 핀 나무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경구이다.
어느 수준에 올라 있는 「어느 말문 닫은 새의 고백」은 시를 많이 써본 분의 작품으로 생각되고 나름으로 멋스러운 언어적 감성을 뽐내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시의 진솔성이 다소 부족하고 문단 시류에 현혹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외 동상과 가작, 입선작들도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소수의 몇몇 작품들을 제외할 경우 대부분은 여성 고유의 섬세한 생활 정서를 곱고 단아하게 표현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요즘 인문정신을 상실한 우리 사회가 여러 혼란된 국면들로 피폐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이로 하여 확인하게 된 것은 본 심사위원으로서 큰 위안이 되었음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한다.
김호운, 이경자
소재의 신선함과 탄탄한 구성력으로 소설 미학을 완성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공모는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1만 8천여편에 가까운 응모 작품을 기초심, 예심, 본심을 거쳐 최종 입상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장르마다 평균 몇천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번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소설부문 역시, 천 육백여편 응모작품 중 3심을 거치는 엄격한 과정을 통과하여 최종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대부분 수준이 뛰어나 등위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두 명의 본심 심사위원이 숙고를 거듭하며 정독한 뒤 최종 입선자를 가렸다. 우선 신인으로서 소설가로 입신하는 관문이기에 소재와 구성이 새롭고 독창적이어야 하며, 서사를 이어가는 문장력 등 소설 미학을 얼마나 잘 살렸는가를 살펴 그중 가장 흠결이 적은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금상으로 선정된 「부유하는 해달들」은 몽유병을 앓는 어머니를 소재로 한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서술하는 구성력이 뛰어났다. 소설이 문자로 문장을 만들어 서사를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 문자 뒤의 또 다른 문자가 숨어 있다. 이를 우리는 간단하게 문장력이 뛰어나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것은 작가가 빚어낸 또 다른 언어다. 이 작품은 이러한 문장력으로 소설 미학 구조를 훌륭하게 잘 완성했다.
은상으로 선정된 「붉은 선이 지나는 자리」는 소재가 신선하고 이를 연결하는 구성 또한 훌륭하다. 마치 자수를 놓듯 기운 짧은 문장으로 한 땀 한 땀 이어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로 삼은 역발상이 새로웠으며, 전체 서사의 흐름 또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꼭 특별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소설을 구성하는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이 보여주고 있다.
「선물」은 한 젊은 여성 기자가 본 세상 풍경을 그렸다. 자칫 진부하거나 딱딱할 수 있는 소재를 해학적으로 구성하여 이야기의 재미를 살린 점이 돋보였다. 또한 ‘선물’이라는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주제를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 보듯 하나씩 꺼내 상황을 이어간 구성도 신선했다.
그 외 입상한 작품들도 모두 아마추어 신인의 수준을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다. 몇 군데 발견되는 흠결을 잘 살피는 능력을 갖추면 앞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희망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은 어디든 발표하거나 등단한 적이 없는 순수한 아마추어 문청들이 문학인으로 입문하는 훌륭한 공모 행사다. 여성에게만 응모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 또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응모 작품 수준이 높아가고 있는 건 제18회라는 동서문학상의 연륜이 가져온 성과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영예의 자리에 오른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아울러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에 응모한 모든 분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하청호, 이규희
아동문학이라는 꽃씨를 심은 응모자들을 응원하며!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아동문학 분야의 열기도 대단히 뜨거웠다. 총 3,332편의 응모작품만 봐도 ‘아동문학가’라는 별을 따고 싶은 미래의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었다. 마치 아동 문단의 미래를 보듯 기분이 좋아졌다,
두 심사위원은 들뜬 마음으로 1, 2차 예심을 거쳐 올라온 동화 12편, 동시 9편을 심사하였다.
먼저 동시의 전체적인 경향은 풋풋한 발상과 표현은 참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걸 동심과 결합하여 감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는 다소 미흡하였다. 동시는 삶과 상상이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그저 신기하고 독특한 발상이 그대로 동시가 되지 않는다. 동심과 시심이 균형을 잡아 새로운 시적 감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 상위권에 오른 「달콤한 세탁소」는 세탁물을 의인화하여 재미있게 형상화 한 점이 돋보였다. 세탁물에서 풍기는 고유한 냄새, 그리고 세탁물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 좋았다. 「바다와 돌멩이」는 바다와 돌멩이를 우리들의 삶과 접목하여 동심의 눈으로 형상화 한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동화 부문의 응모작들은 저마다 왕따, 환경, 소외, 소통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로 심사위원들에게 요즘 시대의 추세를 맛보게 해주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도 맛없는 음식을 차려낸 듯 주제가 겉도는 작품들이 많았다. 판타지 형식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지나치게 황당한 이야기거나 변죽만 울리는 이야기여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지 못했다. 작품이 서두가 매끄럽고 발상이 신선한 작품들도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어 안타까운 작품들도 많았다.
좋은 동화는 우선 마음이 먼저 안다. 겉멋이 든 작품은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조금 서툴러도 이야기가 진솔하면 독자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법이다. 이런 아쉬운 속에서 「콩이 할부지」를 만난 건 참 다행이었다. 먼저 세상 떠난 아내를 그리는 할아버지와 어미를 떠나 그 집에서 살게 된 까만 고양이 콩이의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텅 빈 집이 너 하나로 온기가 있네. 할부지 외로운데 우리 같이 살자’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누군가가 떠난 자리를 서로의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가며 사는 그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낸 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숙제 먹는 슬라임」은 ‘숙제’를 싫어하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어린아이의 천진한 마음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숙제를 먹을 때마다 슬라임의 몸이 점점점 커진다는 발상도 참 위트가 있고 웃음이 났다. 물론 결말은 예상대로 주인공이 숙제를 잘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재주가 돋보였다.
그 외에도 동시, 동화 모두 저마다 최선을 다해 쓴 흔적이 엿보였지만 높은 순위를 이끌어 내지 못한 건 소재와 주제를 좀 더 자기 안에서 껴안고 보듬고 궁글리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소재,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세계명작이나 전래동화를 패러디한 듯한 작품보다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서, 나는 이 작품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며 천천히, 천천히 수정과 퇴고를 거듭한 완성도 있는 작품을 썼으면 한다.
이번 응모를 통해 저마다 아동문학이라는 꽃씨를 마음에 심었으니 다음에는 모두 자신의 꽃을 활짝 피우기 바라며,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이번에 탈락한 응모자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소설가 /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장
김홍신
본질을 파악하려고 분투하는 고독한 지성인
인생의 철학적 해석이 문학이고, 문학의 종교적 해석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문학은 영혼의 불꽃이고 인간의 오감을 치유하는 헌사입니다. 문학은 우리들의 영혼을 꽃대궐로 만드는 마법의 도구입니다. 상처받은 인간의 가슴을 다독여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진실한 예술 분야입니다.
문학은 경쾌하지만 여리고, 호방하지만 수굿하고, 한이 서려 있어도 흥청거리고, 잔잔하지만 경쾌하고, 미미한 것 같지만 장대합니다. 문학 작품은 짓고 읽고 듣고 새겨서 가슴에 혼불을 지릅니다.
갖가지 나무들이 모여 아름다운 숲을 이룹니다. 숲은 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햇볕, 공기, 물, 흙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 속에 나무와 풀과 갖가지 생물들이 살아갑니다. 인생의 숲에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문학입니다. 문학도는 숲을 가꾸는 사람이 아니라 숲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분투하는 고독한 지성인입니다.
문학은 어머니와 같습니다. 잉태하고 출산하는 고통과 사랑의 신비로 결국 작품을 완성합니다.
이번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도 문학계가 놀랄 수밖에 없는 1만 8천여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습니다. 기초심, 예심, 본심으로 심사위원 32명이 여러 날 동안 심사했으며 마지막 본심에는 한국 문단을 이끄는 문학계의 큰 어른들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번 수상하시는 문학도들은 수상의 기쁨이 격려이지만 또한 살가운 채찍이기도 합니다. 대상과 금상 수상자는 우리나라에서 권위 있는 문학잡지인 《월간문학》에 작품이 실리고 등단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니 어찌 축하 박수를 힘차게 보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은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메세나 정신을 가장 아름답게 펼치는 동서식품에서 무려 상금 7,900만 원과 각종 진행, 심사, 운영 비용을 변함없이 지원해 주어서 문학의 주춧돌이 되었기에 두 손 모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이 우리나라 문학계의 큰 발자취라는 게 입증된 사실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7회 대상을 받은 이은희 작가의 수필 「검댕이」가 창비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또 제15회 대상을 받은 김혜영 작가의 장편소설이 해외 대형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의 위상은 높기만 합니다.
이번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대상 수상작 수필 「까꾸랑대」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었고, 금상 수상 작품들의 심사도 치열한 경쟁이었음을 밝힙니다.
다시 한 번 모든 수상자들께 축하 드리며, 동서식품에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지연희, 류인혜
가을의 숨결이 깊어 가고 있다. 머지않아 울긋불긋 단풍의 시간으로 한 계절의 풍성한 결실을 보여주게 된다. 한해의 수확을 위하여 농부는 밤낮으로 거룩한 땀방울을 경이롭게 맞이했을 것이다. 삶은 끝없는 도전과 굳건한 의지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한다. 최선을 다하여 휼륭한 작품을 써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와 더불어 축하 드린다.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이 긴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까닭은 여성 문학의 아름다운 정서를 향한 사랑일 것이다. 38여년 동안 동서문학상에서 배출한 여성문인들이 상당수 될 것이라 생각하면 오랜 시간을 다듬어오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이 크다.
본심 심사는 공정하게, 만장일치로 대상 1명과 은상 2명 동상 3명으로 선정했다. 특히 이번 18회는 수필 부문에서 대상이 선정되어 수필 문학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확신이 들며,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문학세계를 펼쳐 줄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영광의 대상은 「까꾸랑대」 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장애물이 있는 길 위에서 삶은 순간이 아니며 오롯이 살아내는 자신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길의 소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까꾸랑대’ 는 장대를 들고 맨발로 돌미역을 건져 올리는 도구이다. ‘작달만한 키에 허리가 구부정한 노파가 긴 장대를 들고 맨발로 밀려오는 파도를 밟으며 바다를 응시하고 서 있는 모습’으로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옹골찬 노인네의 삶을 그려내며, 동시에 나의 길을 만나게 된다. 가난한 가족의 삶을 견뎌야 했던 화자는 까꾸랑대 노인의 삶의 의지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은 수필 문학의 사유 혹은 감성의 구조를 넘어 단단한 문장의 아름다움이 대상으로 선정되는 데 손색이 없었다.
은상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반짇고리」와 「빈 손바닥에 불어온 바람」을 선정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반짇고리」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광 속 물건인 바구니 안에 한 집안이 지탱해온 가난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 안의 오래된 문서들을 살보며 어머니의 반짇고리야말로 당신의 숨결이 담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라 생각하는 화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바늘과 실 대신 문서로 가득했던 어머니의 역사가 곧 소중한 보물이다.
「빈 손바닥에 불어온 바람」은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던 자신과 빈 손바닥 위로 처음 만났던 바람이 다시 지나가는 듯 걸어온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다는 표현이 돋보였다. 특히 ‘화살표는 보이지 않는데 내가 가야 할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는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인 맺음을 한다.
동상인 「첫 화석」 은 돌조개 화석에 대한 궁금증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돌조개’는 조개의 껍질 화석이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돌조개를 주울 땐 잘 몰랐지만, 화석은 먼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가 암석으로 보존된 것이라 했다. 그렇듯 멀고 먼 시간에 닿게 되면 큰 나무처럼 삶의 역사가 된다.
「유년의 방」 은 ‘투명한 유리 다관 속 옹그린 찻잎이 유폐의 시간을 깬다’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여 한 잔의 차를 마시는 과정 속에 자신의 삶의 궤적을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녹여낸 흐름이 돋보였다.
「배롱나무꽃 필 무렵」 은 뜨거운 계절, 한 사찰의 기와담 앞에 배롱나무 한 그루가 마치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서 있는 듯한 풍경의 심상에서 시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의 깊이를 초연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끝으로 그간 수고하신 문학을 사랑하는 문학도 여러분, 또한 무엇을 간절하게 갈구하는 여러분 모두 끊임없는 도전으로 꼭 성공하시기 바라는 바이다.
오세영, 천양희
만 여 편에 가까운 응모작들 가운데서 몇 단계의 예심을 거쳐 최종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모두 21편이었다. 이 중에서 「향기의 이름」을 금상으로, 「꽃필 준비」와 「어느 말문 닫은 새의 고백」을 은상으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월등한 부분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향기의 이름」은 내면화된 주제의식이나 그 미학적 형상력이나 잘 구조화된 상상력이 특출해 보였다. 운이 좋았다면 대상 수상으로도 손색이 없었을 작품이었다. 앞으로 정진하신다면(꼭 정진하시기를 바란다) 한국 시단의 훌륭한 여성시인이 될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꽃필 준비」는 자연으로부터 깨달은 인생론적 진실을 절제된 언어로 잘 표현하고 있다. “봄은 / 꽃이 핀 나무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경구이다.
어느 수준에 올라 있는 「어느 말문 닫은 새의 고백」은 시를 많이 써본 분의 작품으로 생각되고 나름으로 멋스러운 언어적 감성을 뽐내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시의 진솔성이 다소 부족하고 문단 시류에 현혹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외 동상과 가작, 입선작들도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소수의 몇몇 작품들을 제외할 경우 대부분은 여성 고유의 섬세한 생활 정서를 곱고 단아하게 표현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요즘 인문정신을 상실한 우리 사회가 여러 혼란된 국면들로 피폐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이로 하여 확인하게 된 것은 본 심사위원으로서 큰 위안이 되었음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한다.
김호운, 이경자
소재의 신선함과 탄탄한 구성력으로 소설 미학을 완성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공모는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1만 8천여편에 가까운 응모 작품을 기초심, 예심, 본심을 거쳐 최종 입상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장르마다 평균 몇천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번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소설부문 역시, 천 육백여편 응모작품 중 3심을 거치는 엄격한 과정을 통과하여 최종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대부분 수준이 뛰어나 등위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두 명의 본심 심사위원이 숙고를 거듭하며 정독한 뒤 최종 입선자를 가렸다. 우선 신인으로서 소설가로 입신하는 관문이기에 소재와 구성이 새롭고 독창적이어야 하며, 서사를 이어가는 문장력 등 소설 미학을 얼마나 잘 살렸는가를 살펴 그중 가장 흠결이 적은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금상으로 선정된 「부유하는 해달들」은 몽유병을 앓는 어머니를 소재로 한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서술하는 구성력이 뛰어났다. 소설이 문자로 문장을 만들어 서사를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 문자 뒤의 또 다른 문자가 숨어 있다. 이를 우리는 간단하게 문장력이 뛰어나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것은 작가가 빚어낸 또 다른 언어다. 이 작품은 이러한 문장력으로 소설 미학 구조를 훌륭하게 잘 완성했다.
은상으로 선정된 「붉은 선이 지나는 자리」는 소재가 신선하고 이를 연결하는 구성 또한 훌륭하다. 마치 자수를 놓듯 기운 짧은 문장으로 한 땀 한 땀 이어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로 삼은 역발상이 새로웠으며, 전체 서사의 흐름 또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꼭 특별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소설을 구성하는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이 보여주고 있다.
「선물」은 한 젊은 여성 기자가 본 세상 풍경을 그렸다. 자칫 진부하거나 딱딱할 수 있는 소재를 해학적으로 구성하여 이야기의 재미를 살린 점이 돋보였다. 또한 ‘선물’이라는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주제를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 보듯 하나씩 꺼내 상황을 이어간 구성도 신선했다.
그 외 입상한 작품들도 모두 아마추어 신인의 수준을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다. 몇 군데 발견되는 흠결을 잘 살피는 능력을 갖추면 앞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희망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은 어디든 발표하거나 등단한 적이 없는 순수한 아마추어 문청들이 문학인으로 입문하는 훌륭한 공모 행사다. 여성에게만 응모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 또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응모 작품 수준이 높아가고 있는 건 제18회라는 동서문학상의 연륜이 가져온 성과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영예의 자리에 오른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아울러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에 응모한 모든 분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하청호, 이규희
아동문학이라는 꽃씨를 심은 응모자들을 응원하며!
제18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아동문학 분야의 열기도 대단히 뜨거웠다. 총 3,332편의 응모작품만 봐도 ‘아동문학가’라는 별을 따고 싶은 미래의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었다. 마치 아동 문단의 미래를 보듯 기분이 좋아졌다,
두 심사위원은 들뜬 마음으로 1, 2차 예심을 거쳐 올라온 동화 12편, 동시 9편을 심사하였다.
먼저 동시의 전체적인 경향은 풋풋한 발상과 표현은 참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걸 동심과 결합하여 감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는 다소 미흡하였다. 동시는 삶과 상상이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그저 신기하고 독특한 발상이 그대로 동시가 되지 않는다. 동심과 시심이 균형을 잡아 새로운 시적 감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 상위권에 오른 「달콤한 세탁소」는 세탁물을 의인화하여 재미있게 형상화 한 점이 돋보였다. 세탁물에서 풍기는 고유한 냄새, 그리고 세탁물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 좋았다. 「바다와 돌멩이」는 바다와 돌멩이를 우리들의 삶과 접목하여 동심의 눈으로 형상화 한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동화 부문의 응모작들은 저마다 왕따, 환경, 소외, 소통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로 심사위원들에게 요즘 시대의 추세를 맛보게 해주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도 맛없는 음식을 차려낸 듯 주제가 겉도는 작품들이 많았다. 판타지 형식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지나치게 황당한 이야기거나 변죽만 울리는 이야기여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지 못했다. 작품이 서두가 매끄럽고 발상이 신선한 작품들도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어 안타까운 작품들도 많았다.
좋은 동화는 우선 마음이 먼저 안다. 겉멋이 든 작품은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조금 서툴러도 이야기가 진솔하면 독자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법이다. 이런 아쉬운 속에서 「콩이 할부지」를 만난 건 참 다행이었다. 먼저 세상 떠난 아내를 그리는 할아버지와 어미를 떠나 그 집에서 살게 된 까만 고양이 콩이의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텅 빈 집이 너 하나로 온기가 있네. 할부지 외로운데 우리 같이 살자’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누군가가 떠난 자리를 서로의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가며 사는 그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낸 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숙제 먹는 슬라임」은 ‘숙제’를 싫어하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어린아이의 천진한 마음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숙제를 먹을 때마다 슬라임의 몸이 점점점 커진다는 발상도 참 위트가 있고 웃음이 났다. 물론 결말은 예상대로 주인공이 숙제를 잘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재주가 돋보였다.
그 외에도 동시, 동화 모두 저마다 최선을 다해 쓴 흔적이 엿보였지만 높은 순위를 이끌어 내지 못한 건 소재와 주제를 좀 더 자기 안에서 껴안고 보듬고 궁글리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소재,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세계명작이나 전래동화를 패러디한 듯한 작품보다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서, 나는 이 작품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며 천천히, 천천히 수정과 퇴고를 거듭한 완성도 있는 작품을 썼으면 한다.
이번 응모를 통해 저마다 아동문학이라는 꽃씨를 마음에 심었으니 다음에는 모두 자신의 꽃을 활짝 피우기 바라며,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이번에 탈락한 응모자에게는 위로를 보낸다.